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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보는 '할마할빠'에 휴가를?…조부모 육아휴가 어떻게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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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20년 전부터 '손주 육아 특별휴가' 도입
헝가리·독일 등 유럽도 조부모 육휴제 운영
한국도 황혼 육아 위한 지원책 마련중
휴가·휴직 대신 지자체가 금전적 지원

조부모가 직접 손주를 돌보는 황혼 육아가 빠르게 늘면서 이른바 '할마(할머니 엄마)', '할빠(할아버지 아빠)'에 육아휴직 또는 휴가를 제공하거나 정부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처럼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본에서는 20년 전부터 조부모에 육아 휴가를 제공하는 제도를 도입했고 헝가리, 독일 등 유럽에서도 육아를 책임지는 조부모가 휴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손주 보는 '할마할빠'에 휴가를?…조부모 육아휴가 어떻게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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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보러 가세요…日, 지자체·기업서 특별휴가

2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외신을 종합해보면 가나가와현은 다음 달부터 손주를 가진 직원에게 특별 휴가를 제공한다. 육아와 관련해 남성 직원에게 배우자 출산 직후 쓸 수 있는 휴가를 조부모에게도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개정해 출산 시 최대 3일, 육아 중 최대 5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오카야마시도 다음 달부터 손주의 성장 단계를 맞춘 특별휴가를 직원이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 손주가 태어나는 날 전후로 3일간 유급 휴가를 제공하고 만 3세가 되기 전까지 총 6개월간의 무급 휴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과거 손주 육아를 위해 퇴사한 직원이 있었는데,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면 베테랑 직원의 퇴사를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한다.

일본에서 육아하는 조부모 직원이 특별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도입한 지자체는 수두룩하다. 지난해 1월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단위로는 처음으로 미야기현이 손주 휴가를 도입해 특별 휴가를 3일간 쓸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1~8월에만 조부모 13명이 휴가 22일을 사용했다. 같은 해 2월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시도 이 제도를 도입했는데 지난 1년간 45명이 특별 휴가를 사용했다.


일본의 조부모 육아 휴가가 가장 먼저 도입된 곳은 민간 기업인 제일생명보험이다. 이 회사는 2006년 10월 손주 돌봄을 위한 특별 휴가 3일을 지급해 공휴일과 주말을 합쳐 최장 9일간 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첫 도입 이후 16년이 지난 2022년 1년 동안 1500명 넘는 직원이 이 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세먼지 없이 화창한 봄 날씨를 보인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분수대에 뛰어드는 아이를 할머니가 말리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미세먼지 없이 화창한 봄 날씨를 보인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분수대에 뛰어드는 아이를 할머니가 말리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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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대기업 식품 업체인 에자키글리코는 2019년 3월 손주가 있는 직원들에게 특별 휴가를 지급, 운동회 등 참석에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또 일본 최대 곡물 가공설비업체 사타케도 손주가 태어나면 10일 이내에 3일 연속 쓸 수 있는 휴가를 제공한다. 오키나와파이낸셜그룹, 후쿠야건설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조부모를 위한 손주 돌봄 휴가를 지급하고 있다.

조부모 정년은 연장되고, 맞벌이 자녀는 늘고

일본 지자체와 기업들이 이처럼 조부모에게 특별 휴가를 제공하는 이유는 고령화로 인해 직원의 정년 연장이 이뤄지면서 이들이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 지방 공무원의 경우 정년이 2031년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자녀가 맞벌이인 경우가 많아 조부모의 육아 도움을 받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2021년 출생 동향 기본조사에 따르면 2015~2018년에 태어난 첫 아이가 3세가 될 때까지 할머니의 육아 지원을 받은 비율은 58%로 절반을 넘었다. 할아버지의 육아 도움을 받은 비율은 32%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육아를 한 가족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시각에서 조부모의 손주 육아 휴가가 등장하고 있다. 몇 달씩 돌봄을 할 수 있는 휴직이라기보다는 사용 기간이 3~5일 등으로 기간이 짧은 휴가 수준이지만, 이를 활용해 손주 출산 당일이나 자녀 부부가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할 때와 같이 특별한 날 사용할 수 있어 당사자들의 만족감이 높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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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레이경영연구소의 미야바라 준지 D&WLB 추진부장은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맞벌이 세대가 증가해 조부모의 육아 참여에 대한 요구가 확대되고 있고 정년 연장으로 손주가 있는 직원들이 늘어났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유연한 근무 방식으로 (직원들에게) 어필할 수 있어 앞으로 이를 도입하는 곳이 점차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호주·독일 등에서 조부모가 수개월 육아휴직도 가능

조부모에게 수개월간 육아휴직을 지급하는 국가도 있다. 호주가 조부모 휴가(grandparent leave)를 입법화한 대표적인 국가다. 부모는 물론 조부모도 별다른 조건 없이 육아휴직 사용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무급 휴직이 조건이지만, 주 양육자가 조부모일 경우에는 정부에서 양육비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유럽에서는 실제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권한을 부여하기도 한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달 발표한 ‘남성 육아휴직 사용 활성화 및 제도 유연성 확보’ 보고서에 따르면 리투아니아는 2018년 4월 법 개정을 통해 사회보장세를 일정 기간 낸 근로자라면 조부모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그 결과 2018년에만 500명이 넘는 조부모가 손자녀를 위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헝가리도 2020년 일하는 부모를 대신해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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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장애가 있거나 부득이한 이유로 아이를 직접 돌볼 수 없는 경우 조부모의 육아휴직을 인정하는 국가도 있다. 독일에서는 부모가 심각하게 아프거나 장애가 있어 직접 키우지 못할 경우 조부모에게 육아휴직급여 수급 자격을 부여한다. 포르투갈은 손자녀가 미성년자이거나 장애가 있는데 부모가 돌볼 수 없는 경우 등에 한해 허용한다. 핀란드의 경우 출생아의 생모가 사망하고 다른 부모가 아이를 돌볼 수 없는 경우 조부모 등 실제 아이를 돌보는 사람에게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한다.

한국은요? "조부모에 돌봄 수당 지급" 금전적 지원 나선 지자체

국내에서도 조부모의 황혼 육아를 위한 지원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부모가 직접 육아를 할 수 없는 경우 조부모에게 육아휴직을 제한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방안이 정부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당장은 휴가나 휴직 형태보다는 지자체에서 금전적 지원을 먼저 시행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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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지난해 9월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에 월 30만원을 지급하는 '서울형 아이돌봄비’ 제도를 시작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2세 영아(24개월~36개월) 양육가정 중 맞벌이 등 양육 공백으로 부모가 직접 아이를 돌보기 어려운 중위소득 150% 이하 가정에 지원한다. 서울시는 소득 기준을 폐지하고 지원 기간을 기존 최장 36개월에서 최장 48개월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11년 광주에서 처음 도입된 조부모 돌봄 수당 제도는 최근 들어 경기도, 인천 등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저출산 문제가 악화하고 일·가정 양립 해결이 핵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돌봄 공백을 채우는 조부모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관련 제도를 갖추고 있던 지자체는 지원 대상과 기간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조부모의 황혼 육아에 휴가나 휴직, 돌봄 수당을 지급하는 것과 관련해 엇갈린 시선이 존재한다. 무급으로 전가됐던 돌봄 노동에 일부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한편 돌봄 노동의 책임을 조부모에 떠넘기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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